Philosophy & Spirit 2026년 2월 21일 약 3분

‘대상’이 아니라 ‘사람’에 주목하라: 도구적 관계를 넘어선 인격적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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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yo Contributor

들어가며: 상대방을 무엇으로 보고 있나요?

식당에서 음식을 가져다주는 종업원, 나에게 택배를 건네주는 기사님, 혹은 직장에서 업무를 요청하는 부하 직원.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하지만 그 순간, 우리는 정말 ‘사람’을 마주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나에게 편의를 제공하거나 업무를 처리해주는 ‘기능적 대상’을 보고 있을까요?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인간관계의 두 가지 형태를 **나와 그것(I-It)**과 **나와 너(I-Thou)**로 구분했습니다. 현대 사회의 비극은 사람을 ‘너’가 아닌 ‘그것’으로 대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오늘은 관계의 공허함을 채우는 유일한 방법인 ‘사람 그 자체에 주목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그것’으로 대하는 관계: 도구적 연결

우리는 무의식중에 상대를 나의 이익이나 편의를 위한 수단으로 대하곤 합니다.

  • “저 사람은 나에게 정보를 줄 수 있어.”
  • “이 친구는 인맥이 넓으니 친해두면 좋아.”
  • “내 지시를 잘 따르는 유능한 부품이 필요해.”

이렇게 상대를 ‘대상’이나 ‘도구’로 바라볼 때, 그 관계는 차갑고 건조해집니다. 도구는 언제든 더 성능 좋은 것으로 교체될 수 있고, 쓸모가 없어지면 폐기됩니다. 상대방을 ‘그것’으로 대하는 사람은 본인 또한 타인에게 ‘그것’으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는 고독한 굴레에 갇히게 됩니다.

2. ‘너’로 대하는 관계: 인격적 마주함

상대를 ‘사람’으로 대한다는 것은, 그가 가진 배경, 능력, 쓸모를 모두 걷어내고 그의 존재 자체를 긍정하는 것입니다. 부버가 말한 ‘나와 너’의 관계입니다.

이 관계에서는 목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마주함 그 자체가 목적입니다. 상대방이 전하고자 하는 말 뒤의 감정을 느끼고, 그의 눈동자 속에 담긴 삶의 무게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이 사람은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이 사람은 지금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가?”를 궁금해하는 태도입니다. 이러한 인격적 만남 속에서만 인간은 진정한 위로와 연결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3. 기능 너머의 사람을 발견하는 법

어떻게 하면 도구성의 벽을 넘어 사람에게 주목할 수 있을까요?

  • 이름 부르기: 직급이나 역할 대신 이름을 부르거나 마음을 담은 인사를 건네보세요. “저기요”가 아니라 “기사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때, 상대는 한 명의 사람으로 존중받음을 느낍니다.
  • 눈 맞춤과 경청: 대화할 때 스마트폰을 내려두고 상대의 눈을 보세요. 그 눈 맞춤이 상대를 ‘대상’이 아닌 ‘너’로 승격시킵니다.
  • 배경 질문 지양하기: 상대의 연봉, 학벌, 사는 곳 같은 ‘데이터’가 아니라, 그가 좋아하는 것, 요즘 그를 웃게 만드는 것 같은 ‘내면’에 관심을 가져보세요.

4. 수평적 관계의 완성이 가져오는 평온

이전 글에서 다룬 ‘가로의 관계(Horizontal Relationship)‘의 핵심도 결국 사람에게 주목하는 것입니다. 상대를 내 아래에 두어 조종하려 하거나(세로의 관계), 내 욕망의 영토를 넓히기 위한 수단으로 쓰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대등한 ‘동료’가 됩니다.

타인을 ‘대상’이 아닌 ‘사람’으로 마주하기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내 마음의 긴장이 풀립니다. 더 이상 상대를 평가할 필요도, 경쟁할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고유한 우주를 가진 한 사람과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안도감이 우리를 채우게 됩니다.


결론: 오늘 당신이 만난 ‘그’는 누구였나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늘 마주친 수많은 얼굴을 떠올려 보세요. 당신은 그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진심으로 ‘사람’으로서 대했나요?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대상’이 되라고 강요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를 ‘너’라고 부르며 인격적으로 마주할 때, 삭막한 도심은 비로소 인간적인 온기가 흐르는 공동체가 됩니다.

상대방의 가슴 속에 흐르는 따뜻한 피와 그만의 고유한 영혼을 바라보십시오. 그곳에 당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진정한 관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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