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징수법 — 기한을 늦춰 주는 길과 체납자 제재
조문은 2026년 6월 2일 시행본(법률 제21713호) 기준이며 확인일은 2026년 9월 20일입니다.
같은 법 안의 두 방향
1장부터 3장까지는 한 방향이었다. 고지 → 독촉 → 압류 → 매각 → 배분. 징수를 밀고 나가는 절차다.
이 장은 그 흐름에서 벗어나는 두 갈래를 본다. 못 내는 사람에게 시간을 주는 제도와 안 내는 사람을 조이는 제도다. 같은 법에 함께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징수의 목적은 벌이 아니라 세금을 받는 것이고, 받아내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납부기한등의 연장 (제13조)
관할 세무서장은 납세자가 다음 사유로 납부기한 또는 독촉장에서 정하는 기한(“납부기한등”)까지 납부할 수 없다고 인정되면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분할납부를 포함한다.
| 호 | 사유 |
|---|---|
| 1호 | 재난 또는 도난으로 재산에 심한 손실을 입은 경우 |
| 2호 | 경영하는 사업에 현저한 손실이 발생하거나 부도·도산의 우려가 있는 경우 |
| 3호 | 납세자 또는 동거가족이 질병·중상해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하거나, 사망하여 상중인 경우 |
| 4호 | 그 밖에 납부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
세 사유 모두 납부의사가 아니라 납부능력을 다룬다. 내기 싫은 것이 아니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10일 간주승인 (제5항)
이 조문에서 가장 실무적인 부분이다.
납세자가 만료일 10일 전까지 신청했는데 세무서장이 신청일부터 10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통지하지 않으면, 신청일부터 10일이 되는 날에 승인한 것으로 본다.
관청의 침묵이 거부가 아니라 승인이 된다. 납세자가 제때 신청했는데 답이 없어 기한을 넘기고 가산세를 무는 일을 막는다. 앞 장의 경정청구 2개월 무응답(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3항)과 같은 발상인데, 방향이 다르다. 경정청구는 불복으로 나아갈 길을 열어 주고, 여기는 신청 자체를 승인해 버린다.
납부고지의 유예 (제14조)
제13조와 사유가 같다(“제13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 다른 것은 시점이다.
| 시점 | 대상 | |
|---|---|---|
| 제13조 연장 | 고지가 이미 나간 뒤 | 납부기한등 |
| 제14조 유예 | 고지를 내보내기 전 | 납부고지 자체 |
제14조도 분할고지를 포함하고, 10일 간주승인이 똑같이 붙는다(제5항).
담보와 취소 (제15조·제16조)
연장이나 유예를 할 때 세무서장은 그 금액에 상당하는 납세담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제15조). 다만 사업에 심각한 손해를 입었거나 중대한 위기에 처했고 연장된 기한까지 낼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은 면제된다.
취소 사유는 네 가지다(제16조 제1항) — 분할납부 금액 미납, 담보물 추가 제공·보증인 변경 요구 불응, 재산 상황 변동 등으로 연장이 필요 없게 된 경우, 제9조의 납부기한 전 징수 사유 발생. 취소하면 한꺼번에 징수한다.
제3항이 날카롭다. 1호·2호·4호로 취소된 경우 그 국세에 대해 다시 연장할 수 없다. 한 번 약속을 어기면 같은 세금으로 두 번째 기회는 없다. 다만 3호(상황이 나아져 연장이 불필요해진 경우)는 제외된다. 납세자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압류·매각의 유예 (제105조)
앞의 제13·14조가 고지·납부 단계라면 이것은 강제징수 단계다. 이미 절차가 시작된 뒤에 멈춰 세운다.
사유는 둘뿐이다.
- 국세청장이 성실납세자로 인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 유예함으로써 체납자가 사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어 체납액 징수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세무서장이 인정하는 경우
2호의 논리를 보자. 공장을 압류해 팔면 한 번은 받는다. 그런데 공장을 돌리게 두면 계속 받는다. 국가에 더 이익인 쪽을 고르라는 조문이다. 온정이 아니라 회수 극대화다.
세무서장은 이미 압류한 재산의 압류를 해제할 수도 있고(제2항), 그에 상당하는 납세담보를 요구할 수 있다(제3항). 다만 성실납세자가 체납세액 납부계획서를 내고 국세체납정리위원회(제106조)가 그 타당성을 인정하면 담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유예 취소와 일시징수는 제16조를 준용한다(제5항). 앞의 취소 구조가 그대로 온다.
조이는 쪽 — 제재의 사다리
여기서부터는 방향이 바뀐다. 강도 순으로 놓으면 사다리가 보인다.
| 조문 | 수단 | 문턱 | 성격 |
|---|---|---|---|
| 제107조 | 납세증명서 제출 요구 | 체납액이 있으면 | 거래·허가를 막는 간접 강제 |
| 제110조 | 체납자료를 신용정보기관에 제공 | 체납 1년 경과 + 일정액, 또는 연 3회 체납 + 일정액 | 신용 제약 |
| 제113조 | 출국금지 요청 | 정당한 사유 없이 5천만원 이상 체납 | 이동의 자유 제한 |
| 제114조 | 명단 공개 | 체납 발생일부터 1년 경과 + 합계 2억원 이상 | 사회적 제재 |
| 제115조 | 감치 | 3회 이상 체납 + 각 1년 경과 + 합계 2억원 이상 + 납부능력 있음 | 신체의 자유 제한 |
납세증명서 (제107조·제108조)
국가·지방자치단체·정부관리기관에서 대금을 받을 때, 외국인이 체류 관련 허가를 신청할 때, 내국인이 해외이주신고를 할 때 제출해야 한다.
무엇을 증명하는 문서인가. “체납액이 없다”가 아니라 일정 금액을 제외하고 다른 체납액이 없다는 증명이다(제2항). 제외되는 것은 제13조 연장 관계 금액, 제105조 압류·매각 유예액,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이다.
즉 적법하게 유예받은 체납은 증명서 발급을 막지 않는다. 앞 절의 연장·유예 제도가 여기서 실질적 효력을 갖는다. 유예를 받아 두면 관급 공사 대금을 계속 받을 수 있고, 그래야 사업이 돌아가 체납을 갚는다.
체납자료 제공 (제110조)
신용정보집중기관 등이 요구하면 체납자의 인적사항·체납액을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심판청구등이 계속 중이면 제공할 수 없다. 다투는 중인 세금으로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원칙이고, 제114조 명단 공개에도 같은 단서가 붙는다.
받은 자는 누설하거나 업무 목적 외로 이용할 수 없다(제3항).
출국금지 (제113조)
국세청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5천만원 이상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 이상을 체납한 자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에 대해 법무부장관에게 출국금지를 요청하여야 한다. 재량이 아니라 의무다.
반대 방향도 의무다. 체납액 징수, 재산 압류, 담보 제공 등으로 사유가 없어지면 즉시 해제를 요청하여야 한다(제3항). 제재가 목적이 아니라 징수가 목적이라는 것이 이 두 “하여야 한다”에서 드러난다.
감치 (제115조)
가장 무겁다. 법원이 검사의 청구에 따라 결정으로 30일의 범위에서 체납된 국세가 납부될 때까지 감치에 처할 수 있다. 세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 국세를 3회 이상 체납하고, 체납 발생일부터 각 1년이 경과했으며, 합계액이 2억원 이상일 것
- 납부능력이 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체납했을 것
- 국세정보위원회 의결로 감치 필요성이 인정될 것
2호가 이 장 전체의 분기점이다. 납부능력이 없으면 제13조·제105조의 세계로 가고, 있는데 안 내면 제115조까지 온다.
절차적 보호도 두껍다. 국세청장은 신청 전에 소명자료 제출 또는 의견진술 기회를 줘야 하고(제3항), 결정에 즉시항고할 수 있으며(제4항), 같은 체납 사실로 다시 감치되지 않는다(제5항).
정리
두 제도군은 대립하지 않는다. 같은 질문에 대한 두 답이다 — 이 사람에게서 세금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못 내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답이고, 안 내는 사람에게는 압박이 답이다. 조문이 그 둘을 가르는 기준으로 삼은 것이 “정당한 사유”와 “납부능력”이다.
남는 것
- 제9조 납부기한 전 징수는 1장에서 다뤘고, 이 장의 제16조 제1항 제4호와 이어진다.
- 각 제재의 구체적 금액 기준은 대통령령에 있고 개정이 잦다. 조문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그대로 외우면 틀린다.
- 제111조 재산조회·지급명세서 사용, 제112조 사업 허가 등의 제한은 이 장에서 다루지 않았다.
다음 장은 납세담보(제18조~제23조)와 체납액 징수 순위다.
참고 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국세징수법 제13조·제14조·제15조·제16조·제105조·제106조·제107조·제108조·제110조·제113조·제114조·제115조 (시행 2026. 6. 2., 법률 제21713호, 확인일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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